명상의-중요성에-대해서
2025-03-1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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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중요성에 대해서
나는 군대에서 "심심해질 필요성" 에 대해서 생각했었다. 일과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으니, 저절로 다른 동기들과의 대화라든지 운동, 사색, 독서를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시간을 보다 알차게 쓴다는 느낌을 받았고, 사회에서처럼 인스타그램 따위에 인생을 낭비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군대에서 건축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그 "심심해짐" 이라는 걸 풀어서 달리 표현하자면 "자극이 적어짐" 이라는 것이고, 이는 곧 명상 그 자체였다. 명상을 할 때에는 생각을 비우거나, 비우려고 노력하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된다. 평소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들을 알아차리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언제나 명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나였지만, 사실 책이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복제했을 뿐, 정작 나 자신이 실천한 적은 별로 없었다. 내 실천 목록에도 "명상하기" 가 떡하니 들어가있는데 매일 미루는 것도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서 오늘은 명상을 해보았다. 요즘은 세상도 좋다. 넷플릭스 "헤드스페이스: 명상이 필요할 때" 라는 컨텐츠가 있는데, 다양한 명상을 소개하고 그 명상이 왜, 어떻게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소개해준다.
오늘은 3화 감사하기를 해보았다.
평소에 감사할만한 일은 얼마든지 많다. 우리가 당연하게 먹는 식사나, 차 한잔도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싸는 주변의 인물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길에서 마주친 청소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준 시민 등. 잘 관찰해보면 감사할 대상은 얼마든지 많다. 당장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차가 갑자기 고장날 수도 있다. 이런 평범하다 생각되는 일상도 사실은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전제 하에 세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사하기 명상이 정말 쉬울 줄 알았다. 조금이지만 감사일기도 쓴 적이 있었다. 방금전에도 여자친구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심호흡 하고, 현재 몸 상태와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면서, 주의를 천천히 내면으로 옮겨갔다. 내면의 한 공간으로.
그곳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 이 순간, 네가 가장 감사하는 것은 무엇이니?"
내가 나 자신에게 던진 그 질문에,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끼는 어떤 특정한 인물도 명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왜일까. 분명 방금 여자친구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감사함을 느끼려고 했는데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어머니를 떠올리려 했다. 흔하지만 실제로도 감사한 일이 많았던 어머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내게 해왔던 그 모든 감사한 일들보다도, 그 감사한 어머니에게 내가 보였던 모든 무관심과 모진 반응이 생각났다. 나 자신이 죄스러웠고, 자책하게 됐다. 그러자 갑자기 울 것만 같았다. 실제로 눈물이라도 나왔다면 좋았을까.
천천히 눈을 떠도 좋다는 말에 따라 눈을 뜬다. 마음을 가다듬고. 여전히 찝찝한 채로.
명상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계속적으로 훈련하면 일상속에서도 이러한 감사를 더 쉽고 강력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직접 해보면 알 것이다. 특히 내 고민은 감정의 부재 혹은 과소이기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도 계속해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오늘 일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명상이 처음도 아니건만, 설마 이 정도였을줄이야.

민중생활 파탄내는 신자유주의 규탄한다